오늘은 나의 구순 아내의 여든일곱 생일이다. 되돌아보면 지나온 한평생이 파로나마처럼 스쳐간다. 구순을 기념하여 “석양에 노을 지듯‘ 이란 제호로 기념 집을 발간했다. 일기에서 골라낸 글로 그 속에 나의 지난 삶의 片鱗들이 묻어있다. 버킷리스트의 하나를 풀고 나니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시원하나 민낯이 부끄럽다. 3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나 아홉 살 때 장질부사로 저승의 문턱까지 갔다 왔고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여이고 일본 유학 중형의 요절은 奈落의 수렁을 헤매게 했다.(노을 지듯 83쪽) 6.25 전쟁 때 최전방 중부전선 激戰에서 안 죽고 용하게 살아남아 장가가서 아들딸에 증 손주 까지 보게 되었으니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다. 중학 진학을 못하고 농사일을 도우며 중학 강의록 살 돈 마련하기 위한 사과 한 자루의 애달픈 사연은 나의 어린 시절의 象徵이다. (수상록 푸념 205쪽) 고고 창창한 지난 사실을 일기 아니면 어디에도 호소 할 곳이 없었다. 이 일기에 호소하고 울부짖고 토해낸 것을 모아 5년 전에 수상록을 내었고 이번 구순을 기념하여 “석양에 노을 지듯”이란 기념 집을 발간했다. 이제 책 제목처럼 석양에 노을 지듯 삶을 곱게 마무리 하고 싶다. 코로나로 인해 모두 한자리에 모이지 못해 섭섭하나 둘째 자부가 정성들여 작만 해 보낸 미역국과 멀리 서울에서 영호 댁 질부가 택배로 부친 소갈비로 탕을 끓여 맛있게 잘 먹고 있다. 예방 백신이 개발 시험 중이라 하니 코로나 疫疾이 풀리게 되면 아이들 차 함께 타고 부모님 산소도 성묘하고 없어졌지만 내가 자란 고향마을 望鄕碑를 어루만지며 향수에 젖어 볼까한다. 그 날 빨리 왔으면 좋겠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2020년 11월21일 음 10월7일 아침에 愚聾

아래와 같이 圖書出版 學而思 로부터 축하 화분이 왔다.